[정론타임즈=원혜영 ]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주최한 제12회 농도한마당이 지난 2024년 11월 7일(목) 경기도 광주교회(김종호 목사)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행사 이후, 김치를 전달 받은 자들의 '감사의 글'이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본부 선교국에서는 2부의 감사의 글을 소개한다.
1. 감리회 농도한마당 감사의 글, 박승하 (민들레장애인야학 전 활동가)
‘감리회 김장 나눔 축제’가 더욱 흥하고, 더욱 널리 퍼지기를...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현지식 위주로 먹다 보니 식사 때마다 늘 무엇인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결국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한식당을 찾아가 여러 메뉴를 시켰습니다. 밑반찬으로 나온 배추김치와 무생채를 한술 뜨니, “아, 바로 이 맛이 빠졌구나” 싶었습니다. 어느 한 유명한 수학강사가 ‘죽을 때까지 한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김치찌개를 고르겠다’라고 했던 유튜브 쇼츠가 떠올랐고, 한때 유행하던 “김치 없인 못 살아”라는 가사도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만큼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수백 수천 가지의 김치가 있고,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보급된 현실은 김치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10여 년 전, ‘감리회 사랑의 김장 나눔 축제’를 처음 시작할 때, 담당 목사님의 요청으로 장애인 단체에 김장 나눔을 소개했습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매년 30여 개 장애인 단체에 김치를 전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김장 김치는 서울, 인천, 대구 등 지역의 장애인 야학 학생들의 급식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자립을 지원하는 김장김치로, 또 탈 시설한 장애인들에게는 지역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김장김치로, 매번 든든한 밑반찬으로 큰 힘이 되어왔습니다. 그때마다 “감사인사를 전해 달라”는 동지들의 목소리에 항상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실 처음에는 ‘김치 몇 통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오히려 짐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면 “올해도 김장 나눔을 하나요?”라는 장애인 동지들의 기대 어린 문의가 어김없이 들려옵니다. 그 덕분에 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김장 나눔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필요한 일이자 큰 힘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김장을 나누는 일은 단순히 음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연결’과 ‘공동체적 연대’를 세워가는 과정임을 배웠습니다.
특히 몇 년 전 배추 가격이 폭등했을 때, 연대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포기에 만원 가까이 치솟는 시장의 상황을 보며 나눔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한 장애인 동지가 배추 가격이 너무 오르는 상황에 부담을 우려하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때 대학 재학시절 차흥도 목사님의 ‘농촌선교와 생명문화’ 수업에서 배웠던 생활협동조합의 계약재배가 떠올라 겉으로는 “걱정하지 말라”라고 큰소리쳤지만, ‘혹시 올해는 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불안정한 사회적 상황에도 협동조합의 가치 아래 어김없이 김장을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해마다 비슷한 규모의 나눔을 이어가는 과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함께 살리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정신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감리회 김장 나눔 축제는 단순히 자선을 넘어 ‘서로를 살리는 일’입니다. 재료 또한 모두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여 정성껏 담근 김치를 나누기에, 한 끼의 반찬을 넘어 건강한 공동체의 의미까지 담고 있습니다. 감리교 농촌선교의 아름다운 결실이자, 농촌교회와 도시교회의 연대와 사랑으로 이뤄지는 사회선교의 큰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사회 곳곳에서 부추기는데 앞장서는 요즘의 감리회가 그나마 웨슬리 정신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길은 ‘사랑의 김장 나누기’와 같은 사회선교에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감리회 김장 나눔 축제가 더욱 흥하고, 더 많은 장애인 단체와 이웃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먹는 것보다 더 좋은 먹거리로 대접해 드려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연대와 사랑의 공동체로 더욱 흥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2. 김지애 (4.16연대 활동가)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시나요? 올해로 3주기를 맞이하는 10.29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역 인근 골목에서 수백명이 다치고 159명이 사망한 한국의 대형 재난 참사입니다.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참사의 원인 조사와 책임자 조사에 열을 다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보고와 검찰특별수사본부 보고 모두 참사의 원인을 그 날, 그 자리에 모였던 이들의 책임으로 돌려버렸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할로윈 축제는 매년 그 자리에서 열렸습니다. 용산구청을 비롯한 이태원 경찰서와 서울경찰청 등 각 연관 정부 기관들은 축제가 안전하게 열릴 수 있도록 매년 회의와 보고를 해왔습니다. 2022년도 마찬가지로 축제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구청과 경찰청의 회의는 있었지만, 축제 당일 6시 34분부터 시작된 신고에도 응답하지 않고 참사 발생에도 용산구청의 당직자는 상황 파악을 하지 않아 더 큰 참사로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희생자, 생존자,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좁은 골목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끊어지는 숨을 잊지 못하고, 회복하지 못한 몸을 숨기며 살아갑니다. 회사의 회식, 친구와의 약속, 가족들과 여행, 너무도 당연한 일상 속에서 사라지고 흩어진 이들을 다시 모으고자, 그 날의 진실과 책임을 밝히고자 유가족들은 서로를 찾고 모였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결성되었습니다.
낮이면 오늘 밤에는 들어오겠지 하는 기대로, 밤이면 빈 방을 바라보며 슬픔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계셨습니다. 2024년, 2주기 추모대회와 각종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금 조용해진 시기, 떠난 자녀의 빈 방을 바라보며 계셨던 가족들에게 감사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감리교 농도한마당에서 매년 담그는 김장김치였습니다. 감리교 선교국은 이 겨울 이겨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들의 집으로 하나 하나 포장하여 보내주셨습니다.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가족들에게 김장김치는 오랜만에 다시 일상을 살게 한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웃음꽃 피우는 대화를 나누었다, 멈추었던 삶을 회복시켜주어 감사하다, 받은 어떤 것들 중에도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우리를 이렇게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고 든든하다 등 많은 메시지들을 남겨주셨습니다. 농도 한마당의 김치는 단순히 나눔의 의미를 넘어 유가족들에게 잊었던 일상의 삶을 잠시라도 회복하게 해주었고, 잊었던 계절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사 전까지 감리교회 권사로 매년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여하셨던 한 희생자 가족께서는 나누어 주던 사람에서 받는 사람이 되어보니 이 김장김치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이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온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게 되었다며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다시 농도 한마당에 참여하겠다는 말씀도 남겨주셨습니다.
나눔과 섬김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회복시키는 감리교 농도 한마당에 저도 다시금 감사와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겨울이 아름다운 건 매서운 찬 바람 속 순간의 따뜻함 때문이 아닐까요? 그 따뜻함이 올해도 또 누군가의 삶을 회복시키길 기대하며 기도를 모읍니다.
-감리회본부 선교국 제공-
감리교회의 농도한마당은 해마다 규모와 내용이 확장되고 있으며, 도시와 농촌을 잇는 신앙 공동체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의 감사의 글은, 그 여정을 이어가는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감사로 시작하는 새로운 믿음의 걸음”을 제시하고 있다.
원혜영 기자 (haeng97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