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타임즈=이상섭]


소요한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교회사)
지난 2월 일본 관서학원대학교에서 열린 제60회 신학세미나 「AI 시대의 교회」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논의가 더 이상 단순한 기술 소개나 도구 사용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와 신학이 감당해야 할 해석학적·윤리적 책임의 문제로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세미나는 예배와 설교, 신학 교육, 역사신학 연구, 그리고 신앙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조망하면서, AI가 교회와 신학에 제기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입체적으로 다루었다. 발표의 핵심은 “AI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어떤 책임 아래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있었다.
이번 발표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낳고 있는 방법론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역사신학의 소요한 교수는 역사신학과 교회사 연구의 관점에서 디지털 분석과 AI 활용이 어떠한 방식으로 학문적 작업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의 세부가 아니라, 그 활용이 가져온 실질적인 변화였다. 방대한 문헌 자료와 사료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국어 자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대조하며, 자료의 구조와 흐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역사신학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제적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이 발표의 의미는 단순히 “AI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선언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AI 시대에 신학 연구가 자료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정리하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늘날 교회사와 역사신학 연구는 방대한 1차 자료, 다언어 문서, 분산된 기록물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디지털 기반의 연구 방식은 자료 접근성과 분석 범위를 크게 넓혀 준다. 그러나 동시에 발표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최종적인 해석과 판단, 그리고 진실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에게 남아 있음을 분명히 했다. 기술은 연구의 폭을 넓히지만, 의미를 결정하는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목회 현장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AI는 설교 준비와 교육 자료 정리, 교회 문서 작성 등에서 분명한 실용성을 가질 수 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를 줄여 주고, 자료를 정돈하며, 여러 형태의 초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 현장에도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이 점을 강조하면서도, 설교와 목회가 본질적으로 인간의 책임적 응답과 공동체적 분별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설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공동체의 현실 속에서 해석하고 선포하는 사건이며, 목회는 단순한 문서 생산이 아니라 사람과 영혼을 돌보는 관계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의 유용성은 인정하되, 그것을 교회의 본질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발표 전반에 흐르고 있었다.
특히 이번 발표가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분은,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행정 효율화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교회의 기억과 역사, 그리고 연구의 미래를 다루는 하나의 학문적 인프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교회사 연구는 오랜 시간 동안 문헌 해독, 자료 정리, 비교와 대조, 연대기적 배열 같은 방대한 기초 작업 위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작업을 보다 체계적이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문제를 넘어, 그동안 충분히 읽히지 못했던 자료를 다시 드러내고, 서로 떨어져 있던 기록들을 연결하며, 연구의 질문 자체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기술은 연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주는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서학원대학교의 가노 가즈히로 교수는 세미나 이후 보낸 서신에서 바로 이 지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소요한 교수의 발표가 신학적 성찰의 깊이뿐 아니라 연구 방법론의 선구성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밝히며, 특히 역사신학 분야에서 디지털 분석과 구조적 자료 활용을 결합한 접근이 일본 학계에서는 매우 드문 시도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발표를 들은 여러 참석자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교회사 연구에서 무엇이 가능해질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소요한 교수의 작업이 향후 10년의 연구 지형을 내다보게 하는 문제제기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현재의 활용 사례를 넘어, 다음 세대의 연구 방법론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보여준 발표였다는 뜻이다. 나아가 가노 교수는 대규모 아카이브 처리, 다국어 번역, 메타데이터 추출, 구조 분석을 아우르는 연구 방식이 역사신학을 세계적 방법론의 전선에서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언급했다. 그의 평가는 단순한 예우의 차원을 넘어, 이번 발표가 동아시아 신학계에 던진 실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곧, AI를 둘러싼 논의를 막연한 기대나 추상적 우려에 머물게 하지 말고, 신학적 책임과 학문적 방법론의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실제로 오늘날 교계 안에서 AI 논의는 흔히 설교문 작성, 요약, 번역, 홍보 콘텐츠 생산 등 실용적 기능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활용도 충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발표의 보다 큰 의의는 그러한 실용적 활용을 넘어, 역사신학 연구와 디지털 아카이빙, 다국어 자료의 정리와 비교, 교회의 기록 보존과 해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까지 논의를 확장했다는 데 있다. 이는 AI를 단지 편리한 도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학문적 책임과 기억의 보존이라는 장기적 과제 안에서 재배치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는 기술 낙관론에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발표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AI가 기능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방향과 책임은 인간이 맡아야 한다는 데 있었다. 인간은 신학적 판단과 공동체 이해, 윤리적 책임과 영적 분별을 감당하고, 기술은 자료 정리와 탐색, 반복 작업의 지원을 담당한다는 구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AI 시대의 교회가 진정으로 직면한 문제가 단지 기술 도입의 여부가 아니라, 인간의 책임성과 인격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술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이번 관서학원대학교 신학세미나는 그런 점에서 단순한 학술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AI 시대의 교회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기술은 더 빠르게 자료를 처리하게 하고, 더 넓은 범위의 정보를 다루게 하며, 더 다양한 방식의 정리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교회와 신학의 과제는 여전히 자료를 해석하고, 공동체의 기억을 바르게 보존하며, 하나님과 인간, 진리와 역사, 신앙과 책임의 관계를 성찰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AI 활용의 의미는 단지 효율성의 증대에 있지 않다. 그것은 기술과 신학, 연구와 목회, 자료와 기억 사이의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번 발표는 바로 그 가능성을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실제적 성과와 구체적 전망 속에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이는 한일 신학 교류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관서학원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이번 만남은 기술과 신학, 역사와 디지털 방법론, 연구와 교육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었고, 동아시아 신학계가 앞으로 함께 탐구해야 할 과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AI 시대의 교회는 기술을 수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만을 묻는 수준에 머물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책임, 그리고 그 책임을 성찰하는 신학의 깊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번 관서학원대 신학세미나는 오래 기억될 만한 문제제기를 남겼다.


(정론타임즈=이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