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타임즈-특별기획2]

"사람은 건물보다 공동체를 원하고, 권력보다 진정성을 찾는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할 때 흔히 '교세 감소'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교계 안팎의 전문가들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교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단순히 출석 인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복음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교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놀라운 성장을 경험했지만, 이제는 성장의 시대를 넘어 성숙의 시대를 요구받고 있다. 규모보다 본질, 숫자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한국교회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성장의 시대에서 성숙의 시대로
1960~1990년대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사에서도 보기 드문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교회는 예배의 공간을 넘어 교육과 복지,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감당했다. 새벽기도와 철야기도, 평신도들의 헌신, 해외선교와 교회개척은 한국교회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는 달라졌다. 교회가 더 이상 유일한 공동체가 아니며, 젊은 세대는 교회가 제공하는 프로그램보다 삶으로 증명되는 신앙을 원한다. 복음을 말하는 것보다 복음을 살아내는 모습을 기대한다.
청년들은 '교회'보다 '진정성'을 찾고 있다
청년 세대는 신앙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권위주의와 불투명한 운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교회의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늘의 청년들은 묻는다.
"왜 교회는 세상보다 더 공정하지 못한가?"
"왜 사랑을 말하면서 서로를 정죄하는가?"
"왜 섬김을 말하면서 권력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교회가 진솔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의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목회 패러다임도 변화해야 한다.
이제 목회의 중심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도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목회, 대형 행사보다 일상의 돌봄, 프로그램보다 관계 중심의 공동체가 미래 교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일방적인 설교보다 대화와 공감, 참여를 원한다. 교회는 가르치는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함께 배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평신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목회자만의 손에 달려 있지 않다.
교회의 진정한 힘은 이름 없이 헌신해 온 평신도들에게 있다.
새벽마다 교회를 지키며 기도하는 권사, 묵묵히 봉사하는 장로와 집사, 주일학교 교사, 남선교회와 여선교회 회원들,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평범한 성도들이야말로 한국교회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제 평신도는 단순한 예배 참석자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섬기고 복음을 삶으로 증언하는 선교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감리회도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감리회 역시 이러한 변화 앞에서 예외일 수 없다.
농촌교회의 감소, 교회학교의 위축, 청년층 이탈, 고령화 등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전국 곳곳에서는 희망의 싹도 자라고 있다.
지역을 섬기는 작은 교회,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돌보는 봉사, 다음 세대를 위한 장학사업,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실천운동, 마을과 함께하는 문화사역 등은 한국교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복음은 화려한 건물보다 사람을 통해 전해질 때 가장 큰 힘을 가진다.
교회의 경쟁력은 건물이 아니라 신뢰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건물을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웅장한 성전을 세우기보다 사람을 세우셨다. 제자들의 삶을 변화시키셨고, 그들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셨다.
오늘날 한국교회 역시 다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교회가 될 때 잃어버린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때 희망은 시작된다
교회의 역사는 위기 속에서 언제나 새로워졌다.
초대교회는 박해 속에서도 사랑으로 세상을 감동시켰고, 종교개혁은 교회의 자기 성찰에서 시작되었으며, 한국교회의 부흥 역시 눈물의 기도와 헌신에서 비롯되었다.
오늘의 위기도 절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교회의 미래는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 데 있지 않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공동체, 복음을 삶으로 실천하는 교회,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교회가 될 때 한국교회는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한국교회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변화와 시대적 요구 앞에서 충분히 응답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기를 직시하는 것은 절망하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장의 신화를 넘어 신뢰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고, 섬김과 희생을 실천하며, 다음 세대와 함께 미래를 열어갈 때 교회는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특별기획
1부 "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가"
2부 "한국교회는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3부 "감독은 선출되지만 감리회의 미래는 함께 만들어 간다"
(정론타임즈=이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