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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가 지역사회의 자살예방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이유
  • 박상준 주필
  • 등록 2024-09-11 09:48:44
  • 수정 2024-09-11 09: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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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전 세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국가적·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이하여, 현 시점 자살의 심각성을 통계 지표를 통해 살펴보고, 자살 예방을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4.1명에 달하며 평균 10.7명의 2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 원인 통계에서도 고의적 자해(자살)가 6위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자살 원인 1위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39.4%, 5,011명), 2위는 경제생활 문제(22.5%, 2,868명), 3위는 육체적 질병 문제(17.6%, 2,238명)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원인의 순위를 살펴보면, 정신적 어려움, 신체적 어려움, 환경적 어려움이 1위에서 3위에 모두 포진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들은 서로 상호 연관성이 있으며,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원인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하여, 자살예방 대책을 수립할 때 한 가지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정신적·신체적·환경적 어려움을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방안을 세워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일본의 NPO 단체인 LIFE LINK는 자살 사망자 1,000명을 조사한 뒤 자살에 이르는 위기 경로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결과를 살펴보면, 대개 각자의 지위와 역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생활 사건을 겪은 뒤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르고, 최종적으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뒤에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한국의 자살 원인 현황을 봤을 때 비슷한 추이로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연사로 오른 오카 아유미 박사(의료 건강 데이터 과학 연구센터)의 발표를 들으면서, 어쩌면 한국 교회가 자살 예방을 위한 모델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카 아유미 박사는 일본 마을의 공간 구조적인 특성과 자살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모습이 교회 공동체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공적 예배를 연결하는 교제와 만남이 있는 교회

오카 아유미 박사는 주민들 간의 우연한 만남과 소통이 일상화된 마을일수록 자살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교회에는 예배 전과 후, 식사 시간, 티타임, 구역 모임 등 공적 예배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크고 작은 만남의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도 QT 말씀을 나누는 등 교제를 이어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마을 골목과 벤치의 역할을 하는 교회

오카 아유미 박사는 골목과 벤치가 자살 예방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마을의 장치라고 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 전도가 다소 축소된 분위기이지만, 동네 어귀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어주며 전도하고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모습은 한국 교회에서 낯설지 않은 모습입니다. 한창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던 시절에도 버스 정류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던 교회가 많았던 것처럼, 우리는 오래전부터 마을 곳곳에서 골목과 벤치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다시 골목 어귀에서 일정한 시간과 요일에 늘 만날 수 있는 정겨운 이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자살 예방을 위해 한국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국가에서는 마을 단위 자살 예방 사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지역사회가 교회가 가진 마을 공동체 모형을 모델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와 같은 기관에서는 우리 동네의 영향력 있는 이웃을 포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교회에는 마을 단위, 아파트 단지 단위의 소모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교회 차량이 마을 버스보다 더 촘촘한 노선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예수님을 통해 돌봄과 사랑을 이미 배운 자들입니다. 이런 우리가 자살 위험을 가진 이웃을 발견하고, 구조하고, 전문 기관으로 연결하는 소양 교육을 익힌다면 우리 마을의 자살 예방을 위한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봅니다.


이번 주 우리 교회 소모임 시간에 자살 예방 교육을 온라인으로 이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신음하고 있는 생명을 구하고, 참된 복음까지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윤나이 부산소방마음돌봄센터 수석상담사, 부산생명의 전화 상담봉사원 양성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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