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오물풍선 관전법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07-20 17:32:54
  • 수정 2024-08-02 09:24:47
기사수정

북한이 지난 5월 29일부터 현재까지 남한에 날려보낸 오물풍선은 약 3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풍선에 매달려온 내용물은 거름, 분뇨, 중국산 폐건전지, 담배꽁초 등의 생활 쓰레기로 파악되었다. 2023년 10월 4일,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폐기되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주도로 대북전단이 정기적으로 북한 지역에 살포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한 주민들이 북한에 보낸 것으로는 북한 및 남한의 정보와 미국 달러화, 드라마나 노래 등을 담은 USB로 주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느끼게 하고 북한 체제의 폐쇄성을 드러내며 김일성 일가의 독재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2023년 12월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중요한 선언을 한바 있었는데 남조선을 같은 민족이 아닌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통일의 대상도 아님으로 앞으로 통일이라는 말도 쓰지 않도록 했다. ‘남조선’, 혹은 ‘남측’으로 칭하던 우리나라도 ‘대한민국’으로 칭함으로 별개의 국가로 간주하되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이러한 자신의 지시를 반영한 대외 정책을 수립하고 헌법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김정은의 지시는 통일과 민족의 개념에 연연하다가 북한이 남한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러시아 및 중국과 밀착하여 한미일 3국의 연대를 회피하려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동족인 남한이 이들 나라들보다 정서적으로 더 가까운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북한은 지금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고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권부도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예전과 달리 수월하지 않다는 분석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95년부터 국가가 식량 및 필수품에 대한 배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사회주의 지상낙원’의 면모는커녕,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유일지배 체제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여 노무현 정부 때에 이를 중단했고 박근혜 정부 때에 재개했다가 북한의 강력한 요구로 다시 중단했던 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확성기 방송뿐 아니라 군사훈련도 중단하고 군사분계선 주변의 지뢰도 제거하고 국군이 설치 운용했던 GP마저 철거하는 정책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로 9.19 군사합의는 깨졌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더 커진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 주민이 진실에 눈을 뜨는 것이다. 북한 권부의 실상을 아는 것이 두렵고, 김정은의 사생활을 아는 것이 두렵고, 북한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마치 강도 만난 자와 같은 삶을 사는 주민들의 실상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 뉴욕의 ‘맨하튼’처럼 소위 ‘평해튼’이라 불리는 평양의 극소수 당간부들의 패륜과 호화생활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혈액형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병원에 가려면 미리 링거액과 주사약을 사적으로 구매해서 가야 한다고 한다. 결핵 등의 전염병은 남한에 비해 훨씬 만연되어 있고 장마당이 아니면 삶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온 우스갯말이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이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다.

북한은 진실을 알리는 대북전단이 두려워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 모든 공방은 통일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Cost)이다. 대가 없이 통일은 없다. 평화가 잠시 깨지는 것과 같은 위협도 견뎌 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북한에는 더 많은 ‘진실전단’이 날아가야 한다. 그것을 지속적으로 하고 그러는 와중에서 발생하는 오물과 소음과 잠시간의 위협을 견디어 낸다면 통일은 그 사이로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도 통일을 위해 진심으로 헌신하는가를 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주연종 북한학 박사
-전)육군 군목, 현)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연구위원, 현)총신대 통일개발대학원 겸임교수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